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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우, 「세계의 끝」
채상우, 「세계의 끝」
저것은 새다 날아가는 새다 방금 전까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날아가는 새다 저것은 나뭇가지다 부스러지고 있는 나
뭇가지다 새가 앉았다 날아가자마자 부스러지고 있는 죽은
나뭇가지다 허공이다 저것은 죽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스며들
고 있는 허공이다 허공 속을 새가 날고 있다
잎이 돋는다 죽은 산수유나무 가지마다 새가 내려앉는다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
▶시_ 채상우 – 2003년 계간 《시작》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멜랑콜리』, 『리튬』이 있다.
▶낭송_ 이준혁 – 배우. 극단 ‘상상두목’에서 활동.
배달하며
연쇄법? 연상법? 아니 점층? 점강? 아니 나열? 다시 비약?
산문시? 그런가 하면 돌연한 행과 연이다.
가지런하면서도 변화무쌍하다가 다시 처음의 꼬리를 문다.
자연의 순환과 반복의 만다라 속에 풍덩 빠지면 될 것 같다.
시를 보며 분석하려 들고, 해설하려 드는 이 습관은 뭐란 말인가.
그냥 읽고 그냥 사랑하고 그냥 그냥…‘비 내리고 먼나무 한 그루 이른 봄의 사이를 서성’ 이듯이 그렇게 한 생명의 시로 봄을 부르면 어떨까.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리튬』(천년의 시작)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박지영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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