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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꽃 피었다/김진경 - 카톡 좋은 시 278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4. 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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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278 - 이팝나무 꽃 피었다/김진경



  이팝나무 꽃 피었다/김진경

 

  1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

  마지막 눈길을 주며

  또 밥 차려주러

  부스럭부스럭 윗몸을 일으키시다

 

  마지막 밥 한 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신다.

 

  2

  그 눈물

  툭 떨어져 뿌리에 닿았는지

  이팝나무 한 그루

  먼 곳에서 몸 일으킨다.

 

  먼 세상에서 이켠으로

  가까스로 가지 뻗어

  툭

  경계를 찢는지

 

  밥알같이 하얀 꽃 가득 피었다.

    

 

  ―계간창작과비평(2001년 여름호)

  ―시집지구의 시간(실천문학사, 2004)





  이팝나무 꽃 피었다

 

  김진경

 

 

  1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

  마지막 눈길을 주며

  또 밥 차려주러

  부스럭부스럭 윗몸을 일으키시다

 

  마지막 밥 한 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신다.

 

  2

  그 눈물

  툭 떨어져 뿌리에 닿았는지

  이팝나무 한 그루

  먼 곳에서 몸 일으킨다.

 

  먼 세상에서 이켠으로

  가까스로 가지 뻗어

  툭

  경계를 찢는지

 

  밥알같이 하얀 꽃 가득 피었다.

 

 

  ―계간창작과비평(2001년 여름호)

  ―시집지구의 시간(실천문학사, 2004)

 

 

  이마적에는 '안녕하세요' 또는 '반갑습니다' 가 보편적인 인사말이 되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웃어른을 만나거나 아는 사람을 만나면 '진지 드셨었요' 또는 식사하셨어요' 가 인사말이었다. 배고픈 시절의 무의식적으로 배여 든 습관적인 인사말이었지만 형식적이거나 지나가는 말이라 해도 그 말에는 위로가 담겨있고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물론 요즘도 식사하는 중에 아는 사람이 찾아오거나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밥은 먹었느냐고 물어 보는 것을 보면 우리의 의식구조에서 '' 은 단순히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는 끼니라기 보다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이어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다음에 밥 한번 먹자' 는 모종의 거래가 있는 듯도 하지만 친구나 선·후배에게 순수하게 건네는 이 말에는 믿음이 담겨있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한한 신뢰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런데 하물며 어머니에게 있어 자식의 '' 은 더 말해 무엇하랴. 시 속에 어머니는 목숨이 꺼져가고 있다. 그 와중에 잠시 정신이 든 어머니는 자식이 눈에 들어오자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 을 주랴 고 물어본다. 하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하시고 마지막 밥을 주고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지으신다  

 

  봄철에 향기로운 흰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의 꽃은 한창 필 때에는 눈을 쌓아놓은 듯 한데 어머니의 염원이 이팝나무의 뿌리에 가 닿으면서 이밥을 고봉으로 펼쳐 놓는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 사랑이 눈물 겨웁다.

 


 <▲ '이팝나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