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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지옥
유하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새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세상의 모든 저녁』.민음사. 1999)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꽃의 지옥
고영
끈끈이주걱* 화려한 꽃잎 위에
부전나비가 앉아 있다
끈끈이주걱 흔들리는 만큼
부전나비 흔들린다
부전나비 날갯짓만큼
끈끈이주걱 흔들린다
어쩌다 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꽃의 지옥이라도 좋다!
끈끈이주걱 아가리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기꺼이 날개를 접는다
* 식충식물.
—고영 시집 『딸꾹질의 사이학』(실천문학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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