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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초겨울 저녁/문정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6. 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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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초겨울 저녁/문정희

입력 : 2016-06-03 18:06 | 수정 : 2016-06-03 18:43



              



초겨울 저녁/문정희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 버리고 정갈해진 노인같이 

부드럽고 편안한 그늘을 드리우고 앉아 

바람이 불어도 

좀체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성한 꽃들과 이파리들에 휩쓸려 한 계절

온통 머리 풀고 울었던 옛날의 일들

까마득한 추억으로 나이테 속에 감추고

흰 눈이 내리거나 

새가 앉거나 이제는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저 대지의 노래를 조금씩 

가지에다 휘감는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