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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지 돌리는 여자 / 문성해 - 카톡 좋은 시 304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7. 2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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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좋은 시 304 - 문성해 / 광고지 돌리는 여자



광고지 돌리는 여자/문성해

 

신종 아파트 분양 광고지를 돌리는

늙은 여자의 뒤에서

플라타너스 한 그루

나무 밑동에

삐죽이 새파란 잎사귀 몇 개를 달고 서 있다

어서 어서 삐라를 뿌리듯 광고지를 돌리는

일일 노동자 여자의 뒤에서

아무도 받지 않는 나뭇잎 몇 장을

간절히 내밀고 서 있다

점심도 굶은 채

수 천 장의 광고지를 돌린 여자는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광고지 속의 아파트가 아닌 허름한 대문간 속으로

한번도 제대로 읽히지 못한 광고지들이

서부영화 속인 양 휘날리는 보도 위로

아직도 나뭇잎 몇 장을 흔들고 서 있는

나무 앞에서

누구인가

푸른 죽순 물이 뚝뚝 듣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 읽어줄 사람은,

 

계간정인문학(2006년 여름호)




광고지 돌리는 여자

    

문성해

 

 

신종 아파트 분양 광고지를 돌리는

늙은 여자의 뒤에서

플라타너스 한 그루

나무 밑동에

삐죽이 새파란 잎사귀 몇 개를 달고 서 있다

 

어서 어서 삐라를 뿌리듯 광고지를 돌리는

일일 노동자 여자의 뒤에서

아무도 받지 않는 나뭇잎 몇 장을

간절히 내밀고 서 있다

 

점심도 굶은 채

수 천 장의 광고지를 돌린 여자는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광고지 속의 아파트가 아닌 허름한 대문간 속으로

 

한번도 제대로 읽히지 못한 광고지들이

서부영화 속인 양 휘날리는 보도 위로

아직도 나뭇잎 몇 장을 흔들고 서 있는

나무 앞에서

 

누구인가

푸른 죽순 물이 뚝뚝 듣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 읽어줄 사람은,

 

 

 

계간정인문학(2006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