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지 돌리는 여자
문성해
신종 아파트 분양 광고지를 돌리는
늙은 여자의 뒤에서
플라타너스 한 그루
나무 밑동에
삐죽이 새파란 잎사귀 몇 개를 달고 서 있다
어서 어서 삐라를 뿌리듯 광고지를 돌리는
일일 노동자 여자의 뒤에서
아무도 받지 않는 나뭇잎 몇 장을
간절히 내밀고 서 있다
점심도 굶은 채
수 천 장의 광고지를 돌린 여자는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광고지 속의 아파트가 아닌 허름한 대문간 속으로
한번도 제대로 읽히지 못한 광고지들이
서부영화 속인 양 휘날리는 보도 위로
아직도 나뭇잎 몇 장을 흔들고 서 있는
나무 앞에서
누구인가
푸른 죽순 물이 뚝뚝 듣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 읽어줄 사람은,
―계간『정인문학』(2006년 여름호)
'시 편지·카톡·밴드 > 카톡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진 손바닥/나희덕 - 카톡 좋은 시 306 (0) | 2016.07.27 |
---|---|
바람의 냄새/윤의섭 - 카톡 좋은 시 305 (0) | 2016.07.23 |
제비꽃 꽃잎 속/김명리 - 카톡 좋은 시 303 (0) | 2016.07.16 |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박정대 - 카톡 좋은 시 302 (0) | 2016.07.12 |
형제//김준태 - 카톡 좋은 시 301 (0) | 2016.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