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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웃음」(문정희 시배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8. 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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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20160808 고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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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웃음」

웃음이 사상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이냐
웃음이 종교 따위가 아닌 게
얼마나 얼마나 다행이냐
열여섯 나이 아가씨의 웃음의 공(空)이여
진공묘유(眞空妙有)여

▶ 시_ 고은 – 1958년 처녀시 「폐결핵」 발표 이래 시·소설·평론·에세이 등 15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시집은 서사시 『백두산』 7권, 전작시 『만인보』 30권을 비롯해 모두 70권이며, 『고은 시전집』 『고은 전집』을 출간했다.

▶ 낭송_ 장인호 – 배우. 영화 ‘고지전’, ‘하울링’ 등에 출연.

사상? 종교 따위? 이런 시어를 거침없이 집어다가 일필휘지로 써버린 시이다. 그에게 시는 조탁(彫琢)이 아니라 활달(豁達)이다. 순간에 번개와 천둥을 품는다.
하지만 어찌 시를 단숨에 써서 던졌을까. 그 속에 천개의 섬세와 투시가 있음을 읽어야 한다. ‘그의 시는 순간 속에서 직관과 통찰을 드러내며 시와 선(禪)의 경계를 타고 터져 나온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시인의 ‘웃음’은 공(空), 공즉색(空卽是色), 진공묘유(眞空妙有). 분별이 끊어진 공(空)을 근원으로 한 절대의 진리, 즉 부처의 성품이다. 그것을 열여섯 나이 아가씨웃음에서 보았다. 이런 해설 따위 다 버리고 오늘은 그냥 웃음이다. 웃자. 부처를 살자.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시여 날아가라』(실천문학사)
▶ 음악_ Stock music-funous fingers 중에서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