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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권선희
초롱한 눈 위에 눈 쌓인다
눈 위에 눈, 자꾸 내린다
시퍼렇게 겨울을 읽는 저 눈
거짓말은 하얗게 들어났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4』(머니투데이, 2014년 12월 12일)
동음이의어의 경쾌함과 운율감에도 느낌은 쩌렁쩌렁하기만 하다. 쩍쩍 얼어붙는다. 추상같은 호통이 칼바람처럼 전해진다. “초롱한 눈”때문이고 “시퍼렇게 겨울을 읽는 저 눈“ 때문이다. 겨울을 읽는 것은 봄이나 여름 가을을 읽는 것보다 더디 읽힐 수밖에 없다. 꽁꽁 얼어붙은 것들 속에서 본연의 제 모양이나 의미를 읽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눈 위에다 자꾸 눈까지 내리는 상황이니 진의를 읽어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시인은 ”거짓말은 하얗게 드러났다‘며 진의를 읽어냈다. 그러니 추상같은 호통이 아닐 수 없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보면 그 해 겨울 청어가 얼마나 잡히느냐에 따라 이듬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곤 했다는 것인데, 최근 5년 간 저 청어 조업량이 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서민들의 삶은 풍년이 되지 못하고 있는 이 현실이고 보면 세상은 거짓되어도 한참 거짓되었다. 세상을 읽는 시인의 눈만이 거짓이 아닌 사실을 말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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