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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명
―詩人
박완호
감전된 마음 하나를 만났다
거미줄을 붙들고 가까스로 매달린
금 간 심장이
죽을힘을 다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마지막 숨빛을 단말마로 반짝였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5』(머니투데이, 2014년 11월 10일)
한 마디로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마음이면 찰나의 순간에도 그 누군가 혹은 그 무언가를 찾아 나설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머리가 아닌 마음이 원하는 그 무엇을. ‘거미줄을 붙들고 가까스로 매달린’ 것도 위태로운데 심장에 금까지 가 있을 만큼 간절함의 주체는 절대 곤경에 처해있다. 그 상태에서도 누군가를 혹은 무엇을 죽을힘 다해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무엇에 견줄 수 있을 것인가. 그와 비슷한 상황의 경험을 말한다면 출산의 고통쯤 되어야 저와 같은 경지에 닿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감전된 마음’이 그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위해 ‘마지막 숨빛을 단말마로 반짝’이는 것처럼 마침내 응앙 하고 태어나는 빛 같은 아가의 탄생을 저쯤에 비유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시인은 제목을 '절명'이라 하고 부제를 '시인'이라 썼다. 시인이 시를 쓰는 일 또한 저와 같다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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