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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박경희
어미와 떨어진 강아지가
사나흘 내린 운다
바들바들 떨다가 울다가
고드름이 되어버린 강아지
퍽퍽, 눈물로 깨진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5』(머니투데이, 2014년 12월 15일)
그래, 사나흘 눈이 원도 한도 없이 푹푹 나렸지. 전국이 꽁꽁 얼어붙고 도시에도 칼바람이 휭휭 불어왔지. 나도 연일 기침을 해대며 종종거렸지. 내 새끼들도 춥지나 않을까 감기 걸리지나 않았을까 전화를 걸어대곤 했지. 주고받는 안부마다 감기 조심하세요가 인사였고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선술집으로 가기 바빴지. 뜨듯한 국물과 소주 한 잔에 첫눈이라는 조금의 낭만과 세상살이의 혹한을 섞어 마시고 저마다 종종걸음으로 이른 귀가를 하곤 했었지. 그렇게 사람들은 추위를 잘 건너가고 있는 줄 알았지.
그런데 어느 곳에서는 어미와 떨어져 그리움과 추위에 울다 떨다 고드름같이 얼어간 강아지를 생각한 이도 있었던 것. 날 풀리고 두둑 녹아내리는 고드름 눈물로 마음 졸인 시인아, 그대가 아니면 누가 있어 그리움에 얼어붙은 저 어린 강아지의 울음을 대신 울어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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