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그림♠음악♠낭송 시(詩)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외계로부터의 답신/강성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7. 1. 14. 21:41
728x90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외계로부터의 답신/강성은

입력 : 2017-01-13 17:38 ㅣ 수정 : 2017-01-13 18:01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114022005&wlog_tag3=daum#csidxe5f0313aded5d039139dddc98e54e8b




       

     
외계로부터의 답신/강성은 

어떤 날은 한밤중 세탁기에서도 멜로디가 흘러나오지

냉장고에서도 가방 속에서도 

심지어 변기에서도 

어떤 날은 내가 읽은 페이지마다 독이 묻어 있고

머리털 사이로 예쁜 독버섯이 자라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죽지 않고 

어떤 날은 미치도록 사랑에 빠져든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어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병들어가고 

어떤 날에는 우주로 쏘아올린 시들이 내 잠 속으로 떨어졌다

어쩌면 이것은 외계로부터의 답신 

당신들이 보낸 것에 대한 우리들의 입장입니다 

          
이상한 날이 있다. 한껏 공기를 불어넣은 풍선처럼 마음이 떠오르거나 바닥에 떨어진 빨래처럼 몸이 주저앉는 날. 어떤 날은 햇살이 긴 주걱을 들고 겨울 부뚜막에 앉아 흰 죽처럼 끓고 있는 나를 가만히 휘젓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랑이 찾아오고 또 떠나간 날, 시름시름 앓으면서도 끝내 살고 싶은 날들에 대해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십여 년 전 북유럽 시인들이 베가 항성을 향해 시를 쏘아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독자들이 보낸 답장이 잠든 사이 우리를 다녀가는 꿈이라고. 이 모든 이상한 일들이 사실은 외계의 소식이라고. 우리는 시인의 말을 믿는다. 아무리 현실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꿈을 꾸고 있는 동안은 몽상가 아닌가. 알고 보면 우리가 만난 때는 모두 꿈속이지 않은가.

신용목 시인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114022005&wlog_tag3=daum#csidx708c5dcccbfee69a7facb1e8e2b0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