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시집『망향』(문장사, 1939)
전원시 하면 ‘일어나 지금 가리,/이니스프리로 가리’로 시작되는 예이츠의 ‘이니스프리 호수섬’이 먼저 생각이 난다. 그래도 전원시의 백미하면 이태백의 ‘산중문답’을 꽂는다. 우리나라 많은 시인들도 전원을 노래했다. 조지훈 시인의 산중문답(山中問答)도 있고 주요한 시인의 전원송(田園訟)도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시인들이 자화상처럼 전원시도 한 편씩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원시의 백미를 꼽는다면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이 시가 아닌가 싶다.
먹을 만큼 심고 거두고 조금 남아돌면 나눠주면서 유유자적의 삶이 한가롭다. 이 시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화룡정점은 바로 마지막 3연의 두 행이다. 왜 그런 곳에 가서 사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냥 웃는다고 한다. 이 웃음에는 형용할 수 없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질문하는 이에 따라 대답은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대답하기가 딱히 어렵기도 하다.
'시를♠읽고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주병 / 공광규 (0) | 2017.08.09 |
---|---|
그리운 악마/이수익 (0) | 2017.08.01 |
목련꽃 브라자 /복효근 (0) | 2017.07.19 |
쪽동백꽃 지다/박숙경 (0) | 2017.07.15 |
뻐꾸기 울던 날/박성규 (0) | 2017.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