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7. 7. 2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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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시집망향(문장사, 1939)

 

     

  전원시 하면 일어나 지금 가리,/이니스프리로 가리로 시작되는 예이츠의 이니스프리 호수섬이 먼저 생각이 난다. 그래도 전원시의 백미하면 이태백의 산중문답을 꽂는다. 우리나라 많은 시인들도 전원을 노래했다. 조지훈 시인의 산중문답(山中問答)도 있고 주요한 시인의 전원송(田園訟)도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시인들이 자화상처럼 전원시도 한 편씩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원시의 백미를 꼽는다면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이 시가 아닌가 싶다.

 

  먹을 만큼 심고 거두고 조금 남아돌면 나눠주면서 유유자적의 삶이 한가롭다. 이 시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화룡정점은 바로 마지막 3연의 두 행이다. 왜 그런 곳에 가서 사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냥 웃는다고 한다. 이 웃음에는 형용할 수 없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질문하는 이에 따라 대답은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대답하기가 딱히 어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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