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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브라자
복효근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 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시집『목련꽃 브라자』(천년의시작,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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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시인의 이 시가 지하철 시에 걸렸다가 외설 시비에 휘말려 철거되었다. 선정적이고 불쾌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어떤 카페에서는 댓글이 온통 부정적이다. 아이들도 공유하는 저런 시를 예술이랍시고 공공장소에 걸었다고 서울시까지 싸잡아 비판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아버지가 딸을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고 한다.
태어난 게 엊그제 같은데 유치원의 재롱잔치를 본 게 며칠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커서 딸은 브라자를 하고 있다. 어느새 아버지라도 볼까봐 숨기고 싶은 여자로서의 사생활이 생긴 것이다. 딸아이를 키워본 아버지들은 알 것이다. 불쑥 커가는 딸아이의 성장의 기쁨과 내 곁은 떠나야 할 때가 되어간다는 아쉬움을. 이 시도 이런 맥락에서 시선을 달리한다면 외설 시비가 붙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는가보다. 시는 시인을 떠나면 독자의 몫이라지만 참 시 쓰기 어렵다는 생각 든다. 뜬금없이 엘렉트라 콤플렉스 생각나는 것은 또 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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