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뻐꾸기 울던 날/박성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7. 7. 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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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울던 날

 

박성규

 

 

빈집털이 전문가가

동네 근처에 왔단다

 

제비에게 방 한 칸

세 주는 한이 있더라도

집은 절대 비우지 말아야한다

 

오죽하면 통장님이

쉰 목소리 가다듬은 방송으로

문단속까지 당부하실까

 

뻐꾸기가 울면

집을 비우지 말아야 한다

 

까닭일랑 묻지를 말고

 

 

 

시집이제 반닷불을 밝혀야겠다(문학의 전당,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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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치가 크다가 해서 뭐든 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뻐꾸기는 작은 유모들에 비해 엄청난 몸집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탁란을 하는 뻐꾸기, 왜 뻐꾸기는 자신의 새끼를 직접 기르지 않고 휘파람새, 때까치, 알락할미새 같은 모모들에게 위탁을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뱁새라고 부르는 붉은머리오목누이를 위탁모로 둔다고 한다.

 

   티브에서 여러번 본 적이 있지만 갓 부화한 뻐꾸기새끼는 먼저 깨어나 붉은오목누이의 알을 엉덩이로 밀어 올려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자기보다 먼저 부화한 위탁모의 새끼가 있으면 새끼, 알 모두 둥지 밖으로 다 몰아내고 혼자서 먹이를 받아먹는다. 뻐꾸기새끼는 어느 정도 지나면 붉은머리오목누이 보다도 커지는데 먹이를 받아먹을 때 보면 위탁모의 머리가 먹이와 같이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탁란의 전문용어로는 육아기생, 부화기생이라고 하는데 물고기 곤충 여러 생물들이 부화기생, 육아기생을 한다고 한다. 뻐꾸기 외에도 탁락조는 9,000종이나 되는 전체 조류 중 102종 약 1%라고 한다. 숙주 또한 쉽게 당하지를 않아서 실제로 뻐꾸기의 탁란 성공률은 10퍼센트 정도라고 하는데 직접 기르는 조류들보다 번식의 성공률이 떨어진다.

 

  탁란이 종 보존의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뻐꾸기는 탁란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까. 어떤 다른 종들은 생존율을 높이려는 종족보존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뻐꾸기의 탁란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가설에 보면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 못한다는 설이 있는데 둥지를 못 만드니 알을 낳아 품을 수가 없는 것이고 다른 가설로는 교미 습성 때문이라고 한다 

 

  암컷 뻐꾸기는 적어도 4, 6개의 알을 낳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알을 한 두개 낳을 때마다 교미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여러 차례 교미한 후 한두 개씩 주기적으로 알을 낳기 때문에 먼저 낳은 알을 품어주지 않으면 썩어버리고 여름 철새로 머물러 있는 시기가 짧아 낳을 때마다 품어줄 시간이 모자라 생존전략으로 탁란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시로 돌아가서 빈집털이 전문가가 동네에 떴다는 말이 재밌다. 시는 발상이라는 것처럼 아마도 이 시는 빈집털이라는 단어 하나로 뼈대를 만들고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방송를 하는 통장이라는 살을 섞어서 오래 뜸들이지 않고 바로 쓰여 지지 않았을까 싶다. 베이비박스를 탁란으로 치환한 박미라 시인의 시가 있듯 육아기생, 부화기생 같은 탁란의 시를 다르게 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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