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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그 여자 1 (시가 있는 아침)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7. 8. 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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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그 여자 1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그 여자 1


그 여자 1
-강은교(1945~)
  
아침이면 머리에
바다를 이고 오는 그 여자.
  
생굴이요 생굴!
햇빛처럼 외치는 그 여자
  
바람 한 점 없어도
일렁이는 주름 그 여자.
  
손등엔 가득
먹구름 울고 우는 그 여자.
  
비 언제 올지 몰라…
비 언제 올지 몰라…
  
늘 파도 치는 든든한
엉덩이 그 여자.
  
어둠보다 빨리
새보다 가벼이
  
해님하고 같이 걷는
예쁜 예쁜 그 여자.
 
 
폭염 속에서도 단정한 노란 옷을 입고 집집이 야쿠르트 배달을 하며 독거노인의 소식도 노크하시는 야쿠르트 여사님, 폭염 속에서 흰 김이 펄펄 나는 솥단지를 끼고 노란 옥수수를 찌고 계시는 노점상 아주머니. 세상의 모든 주방에서 펄펄 끓는 더위 속에서도 배고픈 지상의 목숨들에게 먹을 것을 만들어주려고 하얀 김을 두르고 계시는 세상의 모든 주방 아주머니들. 모두 모두 ‘해님하고 같이 걷는/ 예쁜 예쁜 그 여자’.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그 여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