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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만 쓰면 땅굴 보는 안보관광 공짜로 시켜주는 시장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7. 10. 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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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만 쓰면 땅굴 보는 안보관광 공짜로 시켜주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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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 문산자유시장은 국내 최북단 재래시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북위 38.4°에 있는 강원도 고성 거진시장이 문산자유시장(북위 37.8°)보다 더 북쪽에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로 따질 게 아니다. 문산자유시장은 그야말로 북한의 턱밑에 있다. 휴전선이 불과 10㎞ 거리에 있어서 ‘한국 최전방 시장’이라 할 만하다. 이같은 지리적 요건이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자유시장은 역발상을 시도했다. 전국 전통시장 중 유일무이한 방문객 대상 안보관광을 운영하기 시작한 거다. 

[시장에서 놀자]③파주 문산자유시장
휴전선 가까운 잇점 살려 2015년부터 기획
민통선 불과 10㎞…도라산역·제3땅굴 들러
누적 이용객 2만 명 넘어…먹거리 개발은 숙제

경기도 파주 문산자유시장에서 1만원 이상 장을 보면 공짜로 안보관광을 할 수 있다. 관광에 참여한 사람들이 도라산전망대에서 휴전선 너머 개성공단을 보고 있다.

경기도 파주 문산자유시장에서 1만원 이상 장을 보면 공짜로 안보관광을 할 수 있다. 관광에 참여한 사람들이 도라산전망대에서 휴전선 너머 개성공단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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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산자유시장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5년 4월부터다. 상인들과 파주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시장 이름을 제일시장에서 자유시장으로 바꿨고, 시장에서 1만원만 쓰면 안보관광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파주시가 관광버스와 관광비용을 지원하고 시장 상인회가 운영을 맡았다. 코스는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DMZ관광(어른 9200원)과 똑같다. 김진하(61) 문산자유시장 상인연합회장은 “다른 시장에서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콘텐트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며 “공짜로 안보관광을 시켜주는 시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산자유시장 입구. 입구는 좁아보이지만 안쪽에 102개 점포가 있다.

문산자유시장 입구. 입구는 좁아보이지만 안쪽에 102개 점포가 있다.

먹거리를 포함해 시장에서 1만원 이상 장을 보면 제3땅굴 등을 관람하는 안보관광을 시켜준다.

먹거리를 포함해 시장에서 1만원 이상 장을 보면 제3땅굴 등을 관람하는 안보관광을 시켜준다.

처음엔 순탄치 않았다. 안보관광을 시작하자마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벌어졌고,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핵실험이 이어졌다. 2016년 2월에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남북 관계가 경색할 때마다 시장 방문객이 뚝 끊겼다. 그럼에도 자유시장의 공짜 안보관광은 시나브로 입소문을 탔다. 2016년 7월 드디어 누적 이용객이 1만 명을 넘어섰고, 2017년 7월에는 2만 명을 넘어섰다. 2016년에는 우수시장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진하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안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평일엔 실향민과 장년층, 주말엔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고 외국인과 해외 동포 방문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11일 오전 시장을 찾았다. 바니분식에서 된장찌개(5000원)를 먹고, 수도양품에서 양말 5000원어치를 샀다. 시장 공영주차장 사무실에서 영수증을 보여주고 12시30분에 출발하는 관광버스에 올라탔다. 큰 명절이 지난 뒤어서인지 관광객은 10명에 불과했다. 탑승객 대부분은 1940~50년대생이었다. 모두 소풍나온 아이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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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전망대.

도라산전망대.

남쪽 군사분계선 너머로 개성공단과 웅장한 송악산이 보인다.

남쪽 군사분계선 너머로 개성공단과 웅장한 송악산이 보인다.

임진강을 끼고 달리던 버스는 10분 만에 겹겹 바리케이트가 세워진 민간인출입통제구역에 닿았다. 검문소에 있던 헌병이 버스에 올라탔다. “검문에 협조 바랍니다. 모두 신분증 꺼내주십시오.” 민통선을 통과한 버스는 한갓진 가을 풍광 속으로 빨려들었다. 누런 들녘과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모습이 넉넉하고 푸근했다.
첫번째 코스는 도라산전망대. 차가 멈추자 모두 약속이나 한듯 전망대로 달려갔다. 개성공단이 손에 잡힐듯 가까웠다. 인공기와 태극기, 남북측 군사분계선이 한눈에 또렷이 들어왔지만 삼엄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도리어 너무 적막하고 평화로워 비현실적이었다. 함께 관광을 하던 류성웅(77)씨가 입을 열었다. “60년대 연천에서 군생활을 할 때만 해도 북한군 애들이랑 수시로 만나서 카스테라도 나눠먹곤 했는데 말야. 이렇게 분단이 오래가리라곤 생각도 못했지.” 관광객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5분. 바쁘게 버스에 올라탔다.
제3땅굴은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간다.

제3땅굴은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간다.

제3땅굴은 땅굴 말고도 볼거리가 다채롭다.

제3땅굴은 땅굴 말고도 볼거리가 다채롭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제3땅굴. 시청각실에서 영상물을 본 뒤 본격적인 땅굴 견학을 시작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지하 75m까지 내려가니 북한군이 파놓은 땅굴에 닿았다. 일행과 함께 머리를 숙인 채 약 200m를 걸어 북쪽으로 갔다. 군사분계선을 170m 앞둔 지점에서 땅굴은 막혀 있었다. 굴 안에는 외국인도 많았다. 수학여행을 온 일본 학생들, 인천공항 환승 투어에 참가한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이 진지한 표정으로 분단의 현장을 둘러봤다.
버스는 도라산역으로 향했다. 1950년 남북간 철도 운행이 중단된 뒤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보존되고 있다. 현재는 하루 한 차례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관광열차만이 도라산역에 선다.
용산역에서 도라산역까지 하루 한 번 운행하는 DMZ 관광열차.

용산역에서 도라산역까지 하루 한 번 운행하는 DMZ 관광열차.

도라산역을 방문하면 찍어주는 인증 도장.

도라산역을 방문하면 찍어주는 인증 도장.

3시간에 걸친 안보관광을 마친 버스는 다시 시장 앞에 섰다. 미리 장을 봐둔 어르신들은 점포에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갔고, 시장기가 돈다며 식당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이길순(76)씨는 “일교차가 큰 북녘이어서인지 배추, 무 같은 채소가 서울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좋다”며 청과점으로 향했다.
찬찬히 시장을 둘러봤다. 흥미롭게도 옷가게가 많았다. 102개 점포 중 25개가 의류와 신발 가게, 22개가 음식점이다. 음식점은 분식점과 국밥집이 대부분이다. 분식 중에서도 떡볶이집이 유독 많은데 주변 초중고 학생들의 군것질 장소로 인기다.
오손도손 만두를 빚고 있는 시장 상인들.

오손도손 만두를 빚고 있는 시장 상인들.

구수한 맛이 일품인 맷돌손두부.

구수한 맛이 일품인 맷돌손두부.

파주산 들깨로 만든 들기름과 들깨가루를 파는 집도 있다.

파주산 들깨로 만든 들기름과 들깨가루를 파는 집도 있다.

문산자유시장은 안보관광 덕분에 많은 방문객을 끌고 있지만 숙제도 많다. 젊은층을 끌어들이기엔 아직까지 시장 자체의 매력이 약한 게 사실이다. 문산자유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개성 있는 음식이나 특산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발전 가능성은 있다. 2017년 소상공인진흥공단으로부터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돼 3년간 18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김진하 상인회장은 “문산 특산물인 장단콩과 인삼을 활용한 특산품을 세련되게 만들고 청년상인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만원어치 장을 보면 각 점포에서 도장을 찍어준다. 이것만 있으면 안보관광이 공짜다.

1만원어치 장을 보면 각 점포에서 도장을 찍어준다. 이것만 있으면 안보관광이 공짜다.

◇여행정보=안보관광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두 차례 운영된다. 오후 12시30분, 1시30분 출발. 문산역까지는 경의선 지하철로 가면 편하다. 문산역에서 시장까지는 500m, 도보로 약 10분 거리다. 안보관광을 하려면 신분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문산자유시장은 상설시장이지만 매달 4·9일은 오일장이 함께 열린다. 지역 주민들이 가져온 농산물을 싸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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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1만원만 쓰면 땅굴 보는 안보관광 공짜로 시켜주는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