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이정수
어머니,
식구들 위해 버섯 따러 가셨다가
가슴에 얹은 비석처럼 가풀막진
숨 갱신갱신 따라가다가
헛디뎌 비얄에서 구르셨다는데
비얄을 구르면서도 하셨다는 말
눈 뜨고는 못 듣겠다
연신 구르면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고
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다가 나무뿌리에 간신히 걸친 신세가 되고 나니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싶으셨다는데
일어나니 어디 다친 데 없이 가뿐하시더란다
―시집『안녕, 나의 별』(고두미, 2017)
■ 이종수 | 「도토리」를 배달하며…
어이쿠. 큰일 날 뻔했습니다, 어머니. 한데, 어머니는 왜 도토리처럼 구르면서도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연신 하셨을까요? 어머니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싶으셨다는데” 우리는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잘 압니다. 어머니는 평소에 그런 말을 참 무던히도 많이 해서 몸에 배었기 때문일 텐데요. ‘내 새끼 이만큼 크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내 새끼 취직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내 새끼 내외 오순도순 살아가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 속으로, 때론 허공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셨을까요. 고마워하는 마음 앞에 고마운 일들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해주신 시인의 어머니 말을 빌려, 우리도 오늘은 될 수 있는 대로 이 말을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시인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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