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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
-천상병(1930~93)
새는 언제나 명랑하고 즐겁다
하늘 밑이 새의 나라고
어디서나 거리낌없다
자유롭고 기쁜 것이다.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새소리다.
그런데 그 소리를
울음소리일지 모른다고
어떤 시인이 했는데, 얼빠진 말이다.
새의 지저귐은
삶의 환희요 기쁨이다.
우리는 아무쪼록 새처럼
명랑하고 즐거워하자!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새소리이다.
그 소리를 괴로움으로 듣다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놈이냐.
하늘 아래가 자유롭고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는 새는
아랫도리 인간을 불쌍히 보고
아리랑 아리랑 하고 부를지 모른다.
시인은 ‘새가 운다’고 말한 어떤 시인을 꾸짖는다. 새는 명랑하고 자유롭고 기뻐서 노래한다는 것이다. 천상병 시인에게는 그런 거대한 낙천(樂天)이 있었다. ‘명랑함’을 찬미하는 것은 ‘엄청난 고생이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어진 사람들’을 알파와 오메가라고 했던 김종삼 시인과 상통한다. 가장 가난하고 가장 고생한 시인들이 명랑을 찬미한다. 시심의 신비다.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새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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