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그림♠음악♠낭송 시(詩)

나는 오늘/오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8. 5. 11. 09:39
728x90


나는 오늘

 

오은

 

 

나는 오늘 토마토

앞으로 걸어도 나

뒤로 걸어도 나

꽉 차 있었다

 

나는 오늘 나무

햇빛이 내 위로 쏟아졌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위로 옆으로

사방으로 자라고 있었다

 

나는 오늘 유리

금이 간 채로 울었다

거짓말처럼 눈물이 고였다

진짜 같은 얼룩이 생겼다

 

나는 오늘 구름

시시각각 표정을 바꿀 수 있었다

내 기분에 취해 떠다닐 수 있었다

 

나는 오늘 종이

무엇을 써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텅 빈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사각사각

나를 쓰다듬어 줄 사람이 절실했다

 

나는 오늘 일요일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랬다

 

나는 오늘 그림자

내가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잘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나는 오늘 공기

네 옆을 맴돌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너를 살아 있게 해 주고 싶었다

 

나는 오늘 토마토

네 앞에서 온몸이 그만 붉게 물들고 말았다  

 

   

 

강성은 외―『의자를 신고 달리는』(창비교육,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