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화만 받아도 125만원 과금" 신종사기 사실일까?
임주현 입력 2018.09.22. 08:02 수정 2018.09.22. 09:26
"긴급사항!!!"
"010-5XXX-1XXX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받지 마세요. 받자마자 125만 원이 차감되는 새로운 형태의 사기라고 합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신종 사기 수법을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다. 위 내용과 함께 카톡 업그레이드와 아이핀(인터넷 개별식별 번호 서비스) 재인증을 빙자한 스미싱(휴대전화 문자를 통한 금융·개인정보 탈취 수법)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글의 말미에는 KBS가 정보의 출처로 명시됐다.
그런데 이 메시지 내용, 이미 수년 전부터 돌았던 것이다. '신종 수법'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터넷 카페와 SNS를 통해 이 내용이 또다시 퍼지고 있다.
잊을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메시지 내용. 믿어도 될까?
메시지 내용 모두 기술적으로 '불가능'
관계 기관과 기업을 통해 알아본 결과, 카톡 메시지에 담긴 내용은 모두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
우선, 1번 내용을 살펴보자. 특정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기만 해도 125만 원이 차감('과금'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인데 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신자 요금 부담 통화가 아니라면,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것만으로 과금이 되진 않는다. 수신자 요금 부담 통화일 경우 안내 음성이 나오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원치 않으면 그냥 끊어버리면 된다.
박승근 KT 홍보팀장은 이와 관련해 "걸려온 전화의 ARS 음성에 따라 본인이 금융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일반 전화를 받는 걸로만 과금이 되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스미싱 피해 접수·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도 관련 피해를 접수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최진경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 보호과 사무관은 "통신서비스 피해 유형을 보면 문자 메시지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해 피해를 입은 경우는 있어도,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것만으로 금전적 손해를 입은 사례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명규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도 "전화를 받는 것만으로 금전적 손해를 입은 경우는 없다."면서 "링크가 포함된 문자 메시지를 눌렀을 때 본인 휴대전화에 스파이웨어(개인정보를 빼가는 악성 소프트웨어)가 설치될 수는 있다. 그런 경우 금전적 손해를 입어 우리에게 피해구제 신청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2번 카톡 업그레이드 내용도 표현대로라면 불가능한 주장이다. 메시지에는 "문자로 온 걸 누르는 순간 2,800불이 결제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링크를 누르는 순간 결제가 되는 기술은 없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스미싱 문자라 할지라도 링크를 누르는 순간 결제가 되는 시스템은 없다."고 밝혔다.
"카톡 업그레이드는 카톡 공지사항에서만 하는 것"이라는 내용은 사실이다. 카카오 관계자도 "문자로 카톡 업그레이드를 하라는 내용을 공지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물론 1번 내용에서도 밝혔다시피 카톡 메시지에 포함된 링크를 누를 경우 스파이웨어가 설치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액결제가 발생하거나 개인 금융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3번 아이핀 재승인 내용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메시지에는 재승인으로 표기됐지만, 이는 재인증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아이핀과 민간아이핀 3개 업체(NICE 평가정보, SCI 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에 모두 확인해본 결과, 문자 메시지로 재인증 공지를 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공공아이핀은 문자든 메일이든 재인증 공지 자체를 하지 않고, 민간 업체 3곳은 이메일로 만료일 안내를 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인터넷과 SNS에서 돌고 있는 위 '긴급 메시지'는 모두 허위정보다.
'긴급 메시지' 허위 정보는 누가, 왜 제작했을까?
'긴급 메시지'를 누가, 왜 작성해 유포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 다만 메시지 내용에 특정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다는 점에서 2차 범죄나 스팸 발송에 활용하려는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메시지에서는 해당 번호를 '사기꾼'으로 본인 휴대전화에 저장할 것으로 권유하고 있다.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번호를 저장하면 '사기꾼' 번호를 쓰고 있는 사람의 카톡에 번호를 저장한 사람이 '추천 친구'로 뜬다는 점을 악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사기꾼' 번호를 쓰고 있는 사람(어쩌면 허위 정보를 최초 작성한 사람)이 자신의 카톡에 뜬 '추천 친구'를 정식 친구로 등록한 후 스팸을 발송하거나 스미싱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에 명시된 휴대전화 번호는 현재 꺼져 있는 상태다. 사용하지 않는 번호라면 안내 ARS 음성이 나올 텐데 꺼져 있는 상태라는 점은 이 같은 추측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추석 앞두고 스미싱 주의 당부한 정부…예방책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배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명절 안부 인사나 택배 배송 확인 등을 사칭한 스미싱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용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올해 8월까지 스미싱 발생 건수는 16만 1천1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 건수인 27만 4천196건에 비해 줄었지만, 최근 스미싱 문자의 대부분이 택배 배송확인과 반송 등 택배회사를 사칭하는 경우가 많아 추석 연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스미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문자메시지의 인터넷 주소는 클릭하지 말고, 특히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하는 경우에는 가급적 설치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또, 스마트폰에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해 휴대전화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통신사 고객센터를 통해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차단하거나 결제 금액을 제한할 것을 당부했다.
연휴 기간에 스미싱 의심 문자를 받았거나 악성 앱 감염 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국번 없이 118로 신고하면 2차 피해예방 및 악성 코드 제거 방법 등을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다.
혹시라도 금전적 피해를 봤을 경우, 경찰서에 피해 내용을 신고해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이동통신사, 게임사, 결제대행사 등 관련 사업자에게 제출하면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
※ 취재 지원 :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임주현기자 (le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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