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수몰 지구/전윤호 - 수몰 지구/전윤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9. 7. 6. 20:59
728x90

수몰 지구


전윤호


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

서둘러 댐을 쌓았다

툭하면 담을 넘는 만용으로

피해 주기 싫었다

막힌 난 수몰 지구다

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

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

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

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는 내리고

흘러 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수차가 돌고

나는 충전된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 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시집 『세상의 모든 연애』(파란, 2019)


-------------------------

수몰 지구


전윤호



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

서둘러 댐을 쌓았다

툭하면 담을 넘는 만용으로

피해 주기 싫었다--------추가

막힌 난 수몰 지구다

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

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

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

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 내리고

흘러넘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발전소의 터빈이 돌아간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 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잘 가라 슬픈 사람이여

너를 멀리 보내고

나는 충전 된다





 



 


 



ㅡ시집『늦은 인사』(실천문학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