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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박성현
당신 두 눈에 서려 있는 얼음이, 먼 하늘로 스며들다 지쳐 우두커니 서 있는 노을 같았습니다 마음만 움켜쥐고 얼어버린 거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살얼음 졌으니 오늘만큼은 물러설 곳이 생긴 거겠지요 그렁그렁 남은 햇살을 손바닥으로 쓸어 모으고 가루약을 털어 넣듯 삼켰습니다 팔다리에도 얼음이 끼어 있을까요 당신은 자주 갸릉거렸습니다 밤새 뒤채면서 뜬눈으로 새웠습니다 매일 엄마의 먼 곳이 그리워 울다가, 울음까지 내려놓기는 서러워 마음만 얼렸던 걸까요 얼어붙은 마음이 며칠이고 몇 달이고 계속되는 밤이었습니다 불투명한 얼음도 당신 것, 그러니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 그 두껍고 어두운 곳에서 당신을 녹일 햇살의 울음을 기다려야겠습니다
―시집『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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