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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민병도
때늦은 꽃맞이에 대웅전이 헛간이네
부처 보기 민망한 시자侍者마저 꽃구경 가고
절 마당 홀로 뒹구는 오금저린 풍경소리
무시로 생목 꺾어 투신하는 동백꽃 앞에
너도 나도 돌아앉아 왁자하던 말을 버리네
짓다 만 바람집 한 채 그마저도 버리네
비루한 과거 따윈 더 이상 묻지도 않네
저마다 집을 떠나 그리움에 닿을 동안
오던 길 돌려보내고 나도 잠시 헛간이네
―『가람시학』(2020, 제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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