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선운사에서 /민병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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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민병도

 

 

때늦은 꽃맞이에 대웅전이 헛간이네

부처 보기 민망한 시자侍者마저 꽃구경 가고

절 마당 홀로 뒹구는 오금저린 풍경소리

 

무시로 생목 꺾어 투신하는 동백꽃 앞에

너도 나도 돌아앉아 왁자하던 말을 버리네

짓다 만 바람집 한 채 그마저도 버리네

 

비루한 과거 따윈 더 이상 묻지도 않네

저마다 집을 떠나 그리움에 닿을 동안

오던 길 돌려보내고 나도 잠시 헛간이네

 

 

 

―『가람시학(202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