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첫 매화 /도종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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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매화

 

도종환

 

 

섬진강 첫 매화 피었습니다 곡성에서 하류로 내려가다가 매화꽃 보고는 문득 생각나서 사진에 담아 보냅니다 이 매화 상처 많은 나무였습니다

 

상처 없이 어찌 봄이 오고, 상처 없이 어찌 깊은 사랑 움트겠는지요

 

태풍에 크게 꺾인 벚나무 중에는 가을에도 우르르 꽃 피우는 나무 있더니 섬진강 매화나무도 상심한 나무들이 한 열흘씩 먼저 꽃 피웁니다 전쟁 뒤 폐허의 허망에 덮인 집집마다 힘닿는 데까지 아이를 낳던 때처럼 그렇게 매화는 피어나고 있습니다

 

첫 꽃인 저 매화 아프게 아름답고, 상처가 되었던 세상의 모든 첫사랑이 애틋하게 그리운 아침 꽃 한 송이 처절하게 피는 걸 바라봅니다 문득 꽃보러 오시길 바랍니다

 

                                                                             지리산 문수골에서 원규가

 

 

시집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창비,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