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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라떼 무늬를 젓는 저녁
김경호
금계국 줄기 사이로
실새삼은 퍼져 나간다
여울을 응시하다
눈이 붉어진
가는 다리와 긴 부리
일격 포획을 노리던
어린 노랑 장화도 허기져 날아간 뒤
방금 수면을 스쳐간
물총새의 혼신이 떨어뜨린 깃털 하나
하늘빛으로 떠 있는데
어두워지는 카페 창가에서
녹차라떼 무늬를 젓는 저녁이면
그대여,
가시박 환삼덩굴 발목 감아도
저 스산하고 무성한 물가 건너 닿으리
울렁이는 노을 데리고 산 넘어가리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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