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녹차라떼 무늬를 젓는 저녁 /김경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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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라떼 무늬를 젓는 저녁

 

김경호

 

 

금계국 줄기 사이로

실새삼은 퍼져 나간다

 

여울을 응시하다

눈이 붉어진

가는 다리와 긴 부리

일격 포획을 노리던

어린 노랑 장화도 허기져 날아간 뒤

 

방금 수면을 스쳐간

물총새의 혼신이 떨어뜨린 깃털 하나

하늘빛으로 떠 있는데

 

어두워지는 카페 창가에서

녹차라떼 무늬를 젓는 저녁이면

그대여,

 

가시박 환삼덩굴 발목 감아도

저 스산하고 무성한 물가 건너 닿으리

울렁이는 노을 데리고 산 넘어가리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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