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보석상가 /전윤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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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상가

 

전윤호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 그리워

종로3가로 갔지

전화 한 통화에 일주일을 견디고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비싼 표를 사던

단성사는 보석가게가 되어 있었네

히잡을 쓴 여자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저 골목은

우리가 연기 속에 삼겹살을 굽던 곳

이미 그는 없는데

나는 무엇을 보고 싶었던 건지

창덕궁으로 가는 길엔

화사한 한복 입은 아가씨들이 꽃처럼 날아다니고

빨간 점퍼가 서러운 노인들이 그늘에서 막걸리 마시는 종로3가에는

나를 닮은 유령이 가로수로 서 있고

그때는 그리도 답답했던 순간들이

환한 불빛 속에서

보석으로 반짝이고 있더군

 

 

 

계간시인수첩(2020,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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