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아귀 /김명 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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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

 

김명인

 

 

떠날 것은 떠나게 하고

남아 있는 것들과 뼛속까지 사무치면

이 바닷가가 적막하다, 먼 데 있어 아득하던

수평선도 눈썹에 와 닿는 것이니

일찍 나온 반달이 구름을 접었다 폈다

 

파도가 모래톱을 반쯤 입혔다 벗겨놓는다

철썩이는 갈기로 엎어지지만

꺾이지 않는

차고 빛나는 걸신들의 영원

가장 왕성한 탐식으로

몽돌들은 제 살을 긁는 허기와 마주친다

아무래도 이 공복 채울 길 없다

 

파도가 파도 밖에서 부른다

들키지 않으려고 아귀는

심해 속으로 더욱 깊이 잠수한다

 

 

 

시집여행자 나무(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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