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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12
김광규
굴곡진
생의 뒤안길
물끄러미 바라보네
그림자는 그림자가 아니라
그 이름이 그림자일 뿐*
마음 비우면
저렇게 가볍게
몸 깎으면
저토록 얇게 될 수도 있네
껍질을 벗긴 과일처럼
화장을 지운 여인처럼
내면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화려를 버려
더욱 빛나는 들꽃이듯
나를 잃고 나를 알아
그림자로 살아가네
* 『금강경』에 나오는 ‘제불 즉비제불 시명제불(諸佛 卽非諸佛 是名諸佛)’, 즉 ‘붓다는 붓다가 아니라 그 이름이 붓다이다’의 표현 기법 응용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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