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멸문滅門의 위기 /김무웅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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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문滅門의 위기

 

김무웅

 

 

양지바른 울타리만 골라

여름 바다를 건너던 녹음의 항해

늘 푸른 바다인 줄만 알았는데

 

제 살을 내어주고 후사를 의탁하던

삶의 고리가 끊겨 간다

누대에 걸친 헌신은 물거품이 되고

세상 변화에 인연의 끈이 위태롭다

 

오일장에서 신제품을 사오던 날

그 액운의 깊이를 짐작조차 못했다

 

장갑처럼 손에 끼고

한 쪽은 부드러운 패드, 다른 쪽은 거친 깔깔이

젖어도 썩지 않고

말릴 필요도 없다고

목청을 높이는 바람에 숨도 크게 못 쉬는데

 

울긋불긋 아크릴 수세미와

스텐 수세미까지 합세한 최후의 한 방

 

주방을 빼앗긴 수세미

점점 씨가 말라간다

 

 

 

시집맥박(시와표현,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