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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최미영
이슬이 데려온 아침이 느리게 안개를 먹는다
밤새 졸참나무는 치장을 더 화려하게 하고
밑둥에 쏟아낸 도토리에 횡재한 다람쥐
두근두근 내 심장은 노란 국화꽃이다
내일 또 쏟아져 내릴 빛이건만 오늘은 폭설이다
그 옛날 함께 있어도 더 함께 있고 싶던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파란 물감을 풀은 호수다
작년까지의 눈가 잔주름은
눈치 없이 양반다리를 틀고 앉았고
오늘따라 근엄하게 폼 잡은 팔자주름이 밉상이다
반 백년을 담은 얼굴,
분으로 주름을 덮지 못해도
손만 잡고 보냈던 그 날밤 추억으로
양 볼이 자줏빛 국화꽃이다
저만치 그가 온다
볼 빨간 낙엽을 들고......
―<제27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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