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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황바울
유적 같은 도시에서 유서 같은 시를 쓴다
아버지와 어색하다 식탁이 너무 넓다
갈증이 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물을 따랐다
날개 뜯긴 잠자리처럼 눈알만 굴려대다
발소리 죽이며 잠자리를 빠져나온 밤
유유히 강이 흘렀다 삼천명이 빠졌는데도
사계절이 가을인 이곳에서는 모두 안다
찬란은 잊혀지고 환란은 지워진다
오늘은 얘기해야지 밥을 꼭꼭 씹었다
*백마강변 낙화암에서 삼천명의 궁녀가 뛰어내렸다는 전설이 있다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2021년 1월 9일 14시 56분 /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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