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부여 /황바울(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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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황바울

 

 

유적 같은 도시에서 유서 같은 시를 쓴다

아버지와 어색하다 식탁이 너무 넓다

갈증이 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물을 따랐다

 

날개 뜯긴 잠자리처럼 눈알만 굴려대다

발소리 죽이며 잠자리를 빠져나온 밤

유유히 강이 흘렀다 삼천명이 빠졌는데도

 

사계절이 가을인 이곳에서는 모두 안다

찬란은 잊혀지고 환란은 지워진다

오늘은 얘기해야지 밥을 꼭꼭 씹었다

 

 

*백마강변 낙화암에서 삼천명의 궁녀가 뛰어내렸다는 전설이 있다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2021년 1월 9일 14시 56분 /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