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애기똥풀 자전거 /박성규(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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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 자전거

 

박성규

 

 

색 바랜 무단폐기물 이름표 목에 걸고

벽돌담 모퉁이서 늙어가는 자전거 하나

끝 모를 노숙의 시간 발 묶인 채 졸고 있다

 

뒤틀리고 찢긴 등판 빗물이 들어치고

거리만큼 누빈 이력 체인에 감긴 아픔

이따금 바람이 와서 금간 생을 되돌린다

 

아무도 눈 주지 않는 길 아닌 길 위에서

금이 간 보도블럭에 제 살을 밀어 넣을 때

산 번지 골목 어귀를 밝혀주는 애기똥풀

 

먼지만 쌓여가는 녹슨 어깨 다독이며

은륜의 바퀴살을 날개처럼 활짝 펼 듯

페달을 밟고 선 풀꽃, 직립의 깃을 턴다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2021122일 오전 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