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금빛 은행나무
이해리
가을에 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는
환하게 밝습니다
푸른 시절엔 볼 수 없던 밝기를 가집니다
가을 은행나무 숲길을 걸어가면
다소 어두웠던 나도 환해집니다
밝아도 눈부시지 않고
환해도 쏘아보지 않는
그 은은한 밝기가 나는
너무 좋습니다
나의 생애도 가을이 와서
내 살아온 만큼의 명도가 몸 바깥으로
드러나야 한다면
꼭 그만큼의 밝기가 나의 전신에 켜졌으면 합니다
말을 할 때마다 한 잎 한 잎
아름다움 떨어져 발밑에 깔리고
서 있기만 해도 사위를 밝히는 은은함이
금빛 낭만이 되어
누구라도 걷고 싶은 길을 만드는
그런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2021 1월 21일 15시 4분 /목요일
'2021 다시 필사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조>애기똥풀 자전거 /박성규(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0) | 2021.01.22 |
---|---|
<시>최재영 -산벚나무를 읽는 저녁/갈매기식당/버드나무 여인숙/코스모스*/주머니(2020 제19회 김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당선작) (0) | 2021.01.21 |
<시>탑 /이해리 (0) | 2021.01.21 |
<시조>만조의 시간 /길덕호(2020 제8회 등대문학상 시부문 우수작 당선작) (0) | 2021.01.21 |
<시조>아버지의 노래/최형만(2020 제8회 등대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작 당선작) (0) | 2021.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