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금빛 은행나무 /이해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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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은행나무

 

이해리

 

 

가을에 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는

환하게 밝습니다

푸른 시절엔 볼 수 없던 밝기를 가집니다

가을 은행나무 숲길을 걸어가면

다소 어두웠던 나도 환해집니다

 

밝아도 눈부시지 않고

환해도 쏘아보지 않는

그 은은한 밝기가 나는

너무 좋습니다

 

나의 생애도 가을이 와서

내 살아온 만큼의 명도가 몸 바깥으로

드러나야 한다면

꼭 그만큼의 밝기가 나의 전신에 켜졌으면 합니다

말을 할 때마다 한 잎 한 잎

아름다움 떨어져 발밑에 깔리고

서 있기만 해도 사위를 밝히는 은은함이

금빛 낭만이 되어

누구라도 걷고 싶은 길을 만드는

그런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2021 1월 21일 15시 4분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