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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만조의 시간
길덕호
달도 부풀어 올랐다
꽃대는 부러지지 않았다.
꽃들이 개화하는 시기
등대 밑에는 캐다 만 조개며 바지락이
피다 만 꽃잎처럼 입술을 오물거린다.
물때가 들어오면
어머니는 바람 빠진 갯벌을 벗으신다.
달은 아직 채 뜨지 않았고
꽃잎은 그대로 숨죽이며 있었다.
펄 밑에 숨었던 꽃잎들
결박당한 몸을 스스로 푸는 시간
바닷물이 마른 몸을 양수로 가득 채우는
생명들 꽃 피는 순간
등대도 자신의 몸을 부풀려
먼 바다 위에 별빛으로 띄운다.
바다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윤슬은 턱밑까지 차올라
이슬로 맺힌다.
항구는 아랫도리 활짝 열어젖히고
만선의 꽃덤불을 들고 오시는 아버지
부푼 돛의 몸을 풀러 어머니에게 오신다.
만조의 시간은 만삭의 시간
달빛도 해산을 하고
꽃봉오리 울음을 낳았다.
<2020 제8회 등대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2021년 1월 21일 13시 55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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