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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문어라는 춤
김은순
저녁이 오는 방향으로 호미곶 등대는 서 있고요
파도는 저녁의 옆구리를 파고들고요
그때 큰 섬과 작은 섬 사이를 잇는
진달래꽃의 저녁이 부풀고 있었지요
절벽 밑의 동굴 속으로
무릎팍 걸음으로 오는
붉은 진달래꽃이 알을 낳으러 온대요
해조음이 모래 빛으로 흩어질 때
물밑에서도 꽃그늘이 오고
갯바람 언덕이 생기고 있었지요
침묵으로 환하고 아름다운
눈이 부시는 저 진다래꽃을
호미곶 사람들은 돌문어라고 불렀대요
그런 봄 바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수경을 쑥으로 닦은 해녀들이
저 진달래꽃을 끄집어내어 말려두었대요
저 꽃잎 빨판 하나가 물 밖에서는
열두 달이라지요 진달래꽃은
호미곶이라는 얼굴이었지요 돌문어의 춤이었지요
<제12회 포항소재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2021년 1월 20일 20시 16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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