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대상>돌문어라는 춤 /김은순(제12회 포항소재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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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문어라는 춤

 

김은순

 

 

저녁이 오는 방향으로 호미곶 등대는 서 있고요

파도는 저녁의 옆구리를 파고들고요

그때 큰 섬과 작은 섬 사이를 잇는

진달래꽃의 저녁이 부풀고 있었지요

 

절벽 밑의 동굴 속으로

무릎팍 걸음으로 오는

붉은 진달래꽃이 알을 낳으러 온대요

 

해조음이 모래 빛으로 흩어질 때

물밑에서도 꽃그늘이 오고

갯바람 언덕이 생기고 있었지요

 

침묵으로 환하고 아름다운

눈이 부시는 저 진다래꽃을

호미곶 사람들은 돌문어라고 불렀대요

 

그런 봄 바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수경을 쑥으로 닦은 해녀들이

저 진달래꽃을 끄집어내어 말려두었대요

 

저 꽃잎 빨판 하나가 물 밖에서는

열두 달이라지요 진달래꽃은

호미곶이라는 얼굴이었지요 돌문어의 춤이었지요

 

 

<제12회 포항소재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2021년 1월 20일 20시 16분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