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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아버니의 노래
최형만
뭍아래 물기를 여닫던 밤
통통배는 물때만 되면 바다로 나갔다
바짓단까지 양말목을 올린 아버지는
기척도 없이 문턱을 넘으셨다
어린 나는 꿈결 같다 말했고
아버진 만선滿船이 부른 꿈이라 말했다
텅 빈 물간에 낯빛이 붉어지는 동안
목숨의 중심까지 맨몸으로 지났다
밍크고래의 주검이 하얗게 밀려든 날
비취색 물빛만 그물코에 꿰다가
공선空船으로 돌아오신 아버지
손등을 쓸어간 해풍에 바닷새도 떠나고
실금 간 어창은 실잠에 들었다
빈 몸으로 흔들릴 때마다
자줏빛 쓴물을 가슴에 들이는 아버지
은빛 물살을 물고 온 날치 떼도 없다
그믐처럼 흰 너울에 속내를 게워내고서야
통째로 몸을 여는 바다
해국의 꽃그늘이 엎드릴 때면
몇 개의 계절이 수평선을 넘어갔을까
파랑 친 바람이 환하게 길을 내자
물꽃을 쥔 아버지가 물을 타고 오신다
뭍으로 온 햇귀에 잠을 깨면
천 길 바깥에서도 풍어가가 들리는 것이다
<2020 제8회 등대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2021년 1월 21일 13시 45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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