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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이해리
이끼도 끼고 군데군데 금 갔다
꼭대기 층 한 귀퉁이는 떨어져 나갔다
떨어져 나간 곳을 푸른 하늘이 채우고 있다
도굴과 훼손과 유기의 질곡을
온몸으로 받들고도 꼿꼿이 서 있는 것은
견디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견딤으로 공을 들인 몸은 좀
깨지기도 해야 아름다웠다
고난의 상흔도 보여야 미더웠다
언제부턴가 온전한 것이 외려
미완이란 생각이 든다
깨진 곳을 문질러 가슴에 갖다 대면
온몸에서 수군거리는 상처들
이루어지는 것 드물어도
무너뜨릴 수 없는 것이 가슴 층층에 쌓여
바람 부는 폐사지에 낡아가고 있다면
당신도 나도 다 탑이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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