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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리 전언*
하순희
마음이 먼 길 떠나 돌아오지 않았지만
천둥 번개 지진 속 파편을 쓸어안아
포화로 녹슨 철모엔 마른 꽃대만 가득하다
말없이 누운 채로 목이 메는 백마고지
눈 뜬 버들개지만 바람에 흔들릴 뿐
발걸음 옮길 수 없는 난 망연히 서 있었다
포연은 사라졌으나 쉼 없이 명멸하는
붉은 눈 전광판이 피의 능선 비추는 곳
여린 목 뽑아올린 채 재두루미 날고 있다
*철원군 민통선 내, 지금은 해제된 마을.
―시조집『종가의 불빛』(고요아침, 2019)
<2020,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작품>
2021년 1월 25일 오전 11시 32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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