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대마리 전언* /하순희(2020,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작품)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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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리 전언*

 

하순희

 

 

마음이 먼 길 떠나 돌아오지 않았지만

천둥 번개 지진 속 파편을 쓸어안아

포화로 녹슨 철모엔 마른 꽃대만 가득하다

 

말없이 누운 채로 목이 메는 백마고지

눈 뜬 버들개지만 바람에 흔들릴 뿐

발걸음 옮길 수 없는 난 망연히 서 있었다

 

포연은 사라졌으나 쉼 없이 명멸하는

붉은 눈 전광판이 피의 능선 비추는 곳

여린 목 뽑아올린 채 재두루미 날고 있다

 

*철원군 민통선 내, 지금은 해제된 마을.

 

 

시조집종가의 불빛(고요아침, 2019)

<2020,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작품>

 

2021125일 오전 1132/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