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비백飛白 /오은주(2020,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여자 신인상 수상작품)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5. 12:45
728x90

비백飛白

 

오은주

 

 

가야할 길 하나와 가고픈 길 사이에

못다 꾼 꿈이 있어 무릎 고쳐 앉으면

불현듯 돌아와 묻는 옛스승의 선문답

 

무뎌진 붓끝 비껴 여명이 오기까지

겨울밤 홀로 깨어 펼쳐든 원고지에

달빛이 한 획을 긋자 두 획을 지우는 바람

 

백 년에 백 년이 가도 꼿꼿이 걸어갈 길

멈췄다 다시 걷는 어느 초인의 손끝 따라

도도히 문장을 치며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시집고요의 초상(목언예원, 2020)

<2020,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여자 신인상 수상작품>

 

20211251244/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