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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이름은 미세
홍계숙
미세라는 새가 태어났습니다
신종 조류입니다 먼 데서 날아온 혹은 바닥에서 날아오른 아주 작은 새입니다 너무 작아 조류가 아니라는 설도 있지만 하늘을 덮는 힘찬 날갯짓으로 보아 새의 무리가 분명합니다
주로 ㄴ자 ㅅ자형 경로로 공중에 유입됩니다 모든 철새들이 그렇듯 번식지와 월동지를 가릴 줄 압니다 봄은 떠돌이 새들이 창밖에 번식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무리가 많고 적음에 따라 하늘의 낮빛이 바뀝니다
나쁨 아주 나쁨 보통으로 하늘의 건디션이 손바닥에 전송됩니다 밀도가 다를 뿐 사시사철 공중을 장악하는 텃새로 점차 변해갑니다
식욕이 좋아 검고 날카로운 부리로 푸른 하늘을 뜯어먹고 사람의 식도와 기도로 스며들어 위와 폐에 둥지를 틉니다
하늘에서 초록 눈이 내리는 곳도 있습니다
숲은 어린 산세베리아 고무나무 야자나무에게 방독면을 씌어 줍니다 꽃들과 나비들은 호흡기가 사라지고 가만가만 숨을 몰아쉬는, 복면을 쓴 벌레들도 생겨납니다
천적은 비와 바람입니다
비와 바람은 뿌리 없는 것들을 흩어놓습니다
오늘, 힘찬 바람이 조류를 몰아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군요
―시집『피스타치오』 (시와반시, 2020)
2021년 1월 25일 17시 01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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