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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실待合室
조현광
누구를 기다리는지
각양각색 여행가방들 의자를 차지하고
매표원은 음악다방 DJ처럼
매표소 안에서 손길 바쁜데
연인들은 벌써 바닷가에 닿은 양
밀려오는 파도와
솔숲 백사장 걷는 이야기 나누다
잠시 머리 맞대고 조는 시간
메트 없는 서늘한 바닥에서
밤새 뒤척였을
매표도 출발 시간도 관심 없는 텁수룩한 수염
초점 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느슨한 발걸음
어디로 가야 하나
북적대던 하루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구내매점들 불빛 꺼지면
아무도 배웅할 사람 없을 대합실
어두운 구석에서 대낮부터
빈 소라 껍데기 속에 몸을 말아 넣는
소라게 같은 사내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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