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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동시] 앞산 미루나무
입력 2020.12.24 03:00
앞산 미루나무
높다란 안테나처럼 가지를 곧게 뻗어
한 곳에 나란히 선 세 그루 미루나무
하늘로 송신을 해요
이따금 수신을 해요
무언가 재빨리 전할 얘기 있나 봐요
무언가 급히 받아 적을 일 있나 봐요
이따금 수신을 해요
하늘로 송신을 해요
-이정환(1954~ )
나무가 자라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하늘과 나무의 교감(交感)이 잘 이루어진 결과이리라. 교감은 주고, 받는 그 무엇이다. 송신과 수신이다. 하늘은 전할 얘기가 있고, 나무는 받아 적을 일이 있음 직하다. 그래서 송신과 수신이 오간다. 이래서 나무가 안테나라는 상상은 일리가 있다. 산등성이에 말갈기처럼 보이는 겨울나무들도 우주로 향한 안테나 같다.
세 그루 나무에게는 따스하게 내리는 햇살과 이따금 부는 바람이 송신과 수신이다. 송신과 수신으로 나무는 자라고, 하늘은 나무를 품는다. 아름다운 송신, 수신이다. 내일이 크리스마스다. 사람도 하늘과 원활한 송수신으로 나무처럼 푸른 잎들과 알찬 열매를 내면에 갈무리하면 어떨까. 정갈한 동시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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