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한광일 -주황색 응원 / 고맙고 미안해서 / 별천지 (2019 천강문학상 동시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8. 20:03
728x90

<대상>

 

주황색 응원

 

한광일

 

 

귤껍질 벗겨보면

너도 알게 될 거야

 

어깨 겯고 있는

예닐곱 조각 초승달들

 

잘해보자 잘해보자

동그랗게 모여 어깨 겯던

올림픽 대회

배구선수 누나들처럼

 

귤껍질 속에서

귤 조각들도

동그랗게 모여 어깨 겯고

잘 자라자 잘 자라자

 

서로서로

응원 중인 거

 

너도

본 적 있지?

 

------------------

고맙고 미안해서

 

한광일

 

 

바다는

날마다날마다

육지가 고마워서

 

해변으로 해변으로

자식들을 보내

절을 시킨다.

 

파도 아이들

모래밭까지 달려 와

차례차례 넙죽넙죽

절하고 물러나고

절하고 물러나고

 

육지는

날마다날마다

절 받기 미안해서

 

강을 열어

품 안의 강물을

끝도 없이 끝도 없이

바다에 내어준다.

 

계곡물까지

시냇물까지

다 내어 준다.

 

바다는

날마다날마다

육지가 고마워서

자식이란 자식은

모두 일깨워

모래밭까지 데려가

절을 시키고

 

육지는

날마다날마다

바다한테 미안해서

강이란 강의

모든 품을 열어

바다로 바다로

다 내어 준다.

 

-------------------

별천지

 

한광일

 

 

처음 탄 밤 비행기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땅 위가 별천지

우리 세상이 별세상

 

별 일이야 별 일이야

엄마 말처럼

 

사람들 모여 사는 일이 정말

별 일이었나 봐

정 나누며 사는

우리들 세상이

별세상이었나 봐

 

사람들은 이 밤

꿈에도 모르겠지

자기들 오순도순 사는 일이

반짝반짝 별빛인 줄은

꿈에도 모를 거야

 

밤하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땅 위가 별천지

별세상인 줄 모르고 사는

사람 세상이 별세상

 

 

<2019 천강문학상 동시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