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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의자
동네 입구에 헌 의자가 버려졌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느티나무 바람 친구를 가만히 불러와 춥지 말라고 외로워하지 말라고 잎을 떨어뜨려 가만가만 덮어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야! 멋진 예술작품이다!”
눈을 크게 뜨고 앞에서도 뒤에서도 사진을 찰칵찰칵 찍어댄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헌 의자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멋진 예술이 되었다.
-박해림(1954~ )
산에 들에 수북한 낙엽. 다가가면 부스럭부스럭 맞아준다. 낙엽 소리는 귀를 적시고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인들의 낙엽 시처럼.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이생진). ‘밟으면 영혼처럼 운다’(구르몽). ‘나는/ 어데서 굴러온/ 누런 잎이뇨’(김광섭). 잠들었던 정신을 흔들어 깨워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고, 이루지 못한 게 무엇이며,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도 한다.
꽃잎 된 낙엽이 버려진 의자를 살려냈다. ‘예술 의자’로. 의자에 예술이라는 또 다른 생명을 입혀 주었다. 이 시 또한 마음의 예술 의자이리. 앉아보시라, 기분이 어떠신지.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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