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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나무에게로
오지연
걸어갈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나무는 언제나
다른 나무에게 다가가고 싶다.
하지만 푸른 손을 내밀어도,
뒤꿈치를 들어봐도,
나무는 다른 나무에 가 닿지 못한다.
그래서 나무는 새들을 기른다.
다른 나무에 갈 수 있는
날개가 달린 새를.
그래서 나무는 바람을 기른다.
다른 나무에 갈 수 있는
발이 달린 바람을.
나무는 다른 나무가 그리우면
언제든지 새가 되어 날아간다.
어디라도 바람 되어 달려간다.
―『동시발전소』(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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