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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라는 우체통 속으로
정윤천
시를 읽다가 자주 눈물을 흘린다는 이가 다녀갔다
고등어를 흔히 만져서 그러는 거라 했더니 거기서는 냉큼 웃는다
웃음 짓는 모습이 비리다
등 푸른 생선이라는 말이 이제 와선 슬펐다
하루도 빼지 않고 편지를 쓰고 싶었던
등 푸른 시절이 내게도 다녀갔다
그러던 마을의 초입에 미루나무 한 그루가 살고 있었다
등대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오래되었거나
느리고 변함없는 것들의 호칭이 좋아진다
할 말들이 줄어든 날에는 『먼 북소리』* 같은 제목의
책 한 권을 꺼내와 귀에 대어 보았다
등대들도 그러는지 해 질 녘엔 눈시울이 젖어 있던 날이 있었다
밤늦도록 시를 헤아리다가 나온 밤이면
미루나무 꼭대기도 등대처럼 서 있다가
별이 되어 돌아간 식구들의 이름들을 반짝거려 주었다
방금 쓴 편지 한 통을
누군가의 비린 눈물 속으로 부쳐주고 오고 싶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제목
―반년간『상상인』(2021년, 1월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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