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왕궁리 오층석탑 /이윤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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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리 오층석탑

 

이윤구

 

 

우리 둘째이모는

안보고도 데려간다는

셋째 딸이라 예뻤다.

 

지금은 팔순 지난 나이지만

젊을 땐 더욱 고왔다.

 

나 어렸을 때

이쁜 이모가

시집을 갔다,

익산시 왕궁면 동촌리 포전마을

진주 소씨 집안에 맏며느리로

그래 우린 ‘포전이모’라 불렀다.

 

거길 가면

동네 분들은 ‘지경댁’인 이모

우리 외가는

옥구군 대야면 지경리

 

사돈네 또래 조카들이랑

연 띄우며 놀다보면

문득 산에서 돌화살촉도 주웠다.

물론

지금은 어디론가 놓쳐버렸다.

잡았다 날려버린 잠자리처럼

 

시외버스 타고 금마에서 내려

들길 걸어 내를 건너

산 넘어 골목길 돌아

도착하는 이모네 기와집

솟을대문이 높았다.

 

마당도 넓고

토방도 높고

 

마루 밑 지하 굴에

생강이 가득

아래채 방에는

누에가 잠발 가득 뽕잎 먹는

사각사각거리는 소리

밖에 쏟아지는

소나기보다 더 큰소릴 냈다.

 

이모네 가서 이모부가 데려간 곳

고도리 석불입상이 마주 보이는 곳

왕궁리 오층석탑과 제석사지도 보았다.

그땐 몰랐다.

 

백제 무왕이

익산 금마에 왕궁을 옮겨

삼국 통일의 꿈을 꾼 땅

그래서 왕궁이랬다.

 

이곳에

무왕의 꿈이 서려있다.

무왕의 큰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곱고 이쁜 우리 이모

병석에 누워계시지만

돌아가신 이모부 생각에

가끔 눈물을 훔치신다.

 

이모의 얼굴에서

서동과 선화의

고운 얼굴이 보인다.

 

 

 

―월간『소년문학(2021,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