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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리 오층석탑
이윤구
우리 둘째이모는
안보고도 데려간다는
셋째 딸이라 예뻤다.
지금은 팔순 지난 나이지만
젊을 땐 더욱 고왔다.
나 어렸을 때
이쁜 이모가
시집을 갔다,
익산시 왕궁면 동촌리 포전마을
진주 소씨 집안에 맏며느리로
그래 우린 ‘포전이모’라 불렀다.
거길 가면
동네 분들은 ‘지경댁’인 이모
우리 외가는
옥구군 대야면 지경리
사돈네 또래 조카들이랑
연 띄우며 놀다보면
문득 산에서 돌화살촉도 주웠다.
물론
지금은 어디론가 놓쳐버렸다.
잡았다 날려버린 잠자리처럼
시외버스 타고 금마에서 내려
들길 걸어 내를 건너
산 넘어 골목길 돌아
도착하는 이모네 기와집
솟을대문이 높았다.
마당도 넓고
토방도 높고
마루 밑 지하 굴에
생강이 가득
아래채 방에는
누에가 잠발 가득 뽕잎 먹는
사각사각거리는 소리
밖에 쏟아지는
소나기보다 더 큰소릴 냈다.
이모네 가서 이모부가 데려간 곳
고도리 석불입상이 마주 보이는 곳
왕궁리 오층석탑과 제석사지도 보았다.
그땐 몰랐다.
백제 무왕이
익산 금마에 왕궁을 옮겨
삼국 통일의 꿈을 꾼 땅
그래서 왕궁이랬다.
이곳에
무왕의 꿈이 서려있다.
무왕의 큰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곱고 이쁜 우리 이모
병석에 누워계시지만
돌아가신 이모부 생각에
가끔 눈물을 훔치신다.
이모의 얼굴에서
서동과 선화의
고운 얼굴이 보인다.
―월간『소년문학』(2021,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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