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리모델링 /안도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10. 17:35
728x90

리모델링

 

안도현

 

 

느티나무 위태로운 줄기 끝이다

 

비어 있던 까치둥지에

까치 부부가 날아와서 집을 고친다

 

나뭇가지 하나씩 물고 와 얹어 놓고

한참 상의하다가 또 한참 생각하고

 

바람이 거칠어지는 날을 기다렸다가

마른 풀잎을 엮어 벽을 막을 것이다

 

넘어진 기둥이 일어서고

허물어진 서까래가 반듯해지고

뒤틀어진 울타리가 튼튼해지고

 

설계 도면도 없이 크레인도 없이

한 달 넘게 리모델링 공사가 계속되었다

 

하늘이 보이는 쪽창을 달고

초록 벽지를 바르고

 

까치 부부의 입주가 시작된 날

 

고층 아파를 세우기 위해

마을에는 재개발추진위원회가 꾸러졌다

 

 

 

―『동시마중』(2021, 2-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