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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안도현
느티나무 위태로운 줄기 끝이다
비어 있던 까치둥지에
까치 부부가 날아와서 집을 고친다
나뭇가지 하나씩 물고 와 얹어 놓고
한참 상의하다가 또 한참 생각하고
바람이 거칠어지는 날을 기다렸다가
마른 풀잎을 엮어 벽을 막을 것이다
넘어진 기둥이 일어서고
허물어진 서까래가 반듯해지고
뒤틀어진 울타리가 튼튼해지고
설계 도면도 없이 크레인도 없이
한 달 넘게 리모델링 공사가 계속되었다
하늘이 보이는 쪽창을 달고
초록 벽지를 바르고
까치 부부의 입주가 시작된 날
고층 아파를 세우기 위해
마을에는 재개발추진위원회가 꾸러졌다
―『동시마중』(2021, 2-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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