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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김수정
때로는 둥근 것에도 찔릴 때 있다
의안義眼이 빠져나간 눈꺼풀 속으로
익숙한 어둠이 고인다
선천성 시각장애의
뾰족해진 귀와 손가락들은
루셋큰박쥐 날개처럼 분주하다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어둑한 집 안을 돌아다니며
장애가 찌그러뜨린 살림살이
귀가 읽는다
한 소리를 수백 번씩 그려보는 소년과
그의 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그들이 사는 집은 부산스럽게 고요하고
언제부턴가 비가 내린다
동그랗고 투명한 빗방울들이 날아온다
물빛 날개 펄럭거리며
좁은 외이도로 몰려드는
빗소리, 빗소리들…
⸺시집 『언 땅의 꽃씨처럼』(책만드는집,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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