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권영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29. 08:58
728x90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권영희

 

 

검은 비로드 위로 별들이 돋아나면

하나 두울 세엣 꿈들을 꺼내보던

어둠이 소복소복 쌓이는 밤을 나는 잃었다

 

누군가 새집 천장에 창 하나 걸었더니

도시의 불빛들만 달려들더란 탄식처럼

어둠이 따듯하게 번지는밤을 그댄 잃었다

 

마을은 마을끼리 나붓이 어깨 걸고 

가난한 밑천을 털며 눈 맞추며 익어가던

어둠이 창대하게 피는 밤을 우린 잃었다

 

 

 

- 『정형시학』(202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