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두 배로 즐기기“표준국어대사전”, 아는 만큼 보여요!
- 첫 번째 이야기
“사전”이라고 하면 흔히 모르는 단어의 뜻을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고 쉽게 풀이해 주는 것은 사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그러나 사전에 ‘단어 뜻’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도 그러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1999년 책자로 처음 발간되었는데, 당시 국어학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많은 논의 끝에 사전에 담을 정보를 결정하였고, 그러한 만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발간 당시의 국어학 논의의 결과물들이 많이 담겨 있다. 또한 국가에서 발간하는 사전인 만큼 언어생활의 지침이 되는 어문 규범과 관련한 사항도 담고자 하였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전이 담고 있는 원어나 뜻풀이, 용례 등의 정보 외에도, 단어의 문법적 쓰임이나 단어가 쓰인 문장의 문형 정보, 규범과 관련한 부가 정보 등이 훨씬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이제 “표준국대사전”에 실려 있는 정보를 항목별로 살펴보고, 실제로 이러한 정보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는 항목을 모두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표제어, 원어, 발음 정보, 활용 정보, 품사, 전문어 영역, 문형 정보, 문법 정보, 뜻풀이, 용례, 부가 정보, 관련 어휘, 참고 어휘, 최초 출현형, 다중 매체 자료, 관용구, 속담
이제 위에 제시한 항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1) 표제어
1999년 발간 당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약 510,000개의 표제어가 실려 있었다. 기존 국어사전에 담긴 표제어, “조선말대사전” 표제어가 모두 검토 대상이었고, 그 결과 북한어 38,000여 개도 사전에 등재되었다. 2019년 개편을 거치면서 북한어, 방언, 옛말은 “우리말샘”에서 제공하고 있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현재 약 42만 개의 표제어가 실려 있다. 여기에는 일부 잘못된 표기도 실려 있는데, 많이 쓰는 잘못된 표기에 대한 바른 표기를 제공함으로써 규범 사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자 함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표제어의 형태가 크게 3가지로 나온다. ‘하늘’처럼 아무 표시 없이 한글로만 구성된 것이 있고, ‘발생-하다’처럼 중간에 붙임표가 들어간 것이 있으며, ‘모음^조화’처럼 중간에 ‘^’ 기호가 들어간 것이 있다.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이 많겠지만 여기에는 단어 구성 및 띄어쓰기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하늘’처럼 아무 표시가 없는 것은 단일어라고 볼 수 있다. 즉 더 이상 분석이 되지 않는 단어이다. 반면 ‘발생-하다’처럼 붙임표가 들어간 것은 복합어이다. ‘발생-하다’는 어근 ‘발생’에 접미사 ‘-하다’가 붙은 파생어이고, ‘봄-바람’은 어근 ‘봄’과 ‘바람’이 결합한 합성어이다. 표제어만 보고도 단어의 부류를 알 수가 있는 셈이다. 간혹 붙임표를 띄어 쓰는 기호로 오해하여 ‘봄-바람’을 ‘봄 바람’으로 띄어서 써야 하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렇지 않다.
붙임표는 어디까지나 단어의 내부 구성을 보여 주는 것이고, 글에서 쓸 때에는 ‘발생하다’, ‘봄바람’처럼 붙여서 써야 한다. 반면 ‘^’ 기호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되 붙여 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한글 맞춤법 제50항에 따르면, 전문어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되 붙여 쓸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전문어의 띄어쓰기 원리를 보여 주는 것이 ‘^’ 기호이다. 따라서 ‘모음^조화’는 ‘모음 조화’라고 띄어서 쓰는 것이 원칙이되 ‘모음조화’처럼 붙여 쓰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표제어 항목도 단순한 표기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단어 분석, 띄어쓰기 같은 중요한 문법적 내용을 담고 있다.
(2) 원어
원어는 해당 단어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알려 준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항목은 크게 4가지 부류로 나뉘는데,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그리고 이들이 섞인 혼종어이다. 해당 항목이 이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원어를 보면 알 수 있다. 원어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것은 고유어, 원어 자리에 한자가 제공된 것은 한자어, 로마자가 제공된 것은 외래어이다. 실제로 원어는 로마자가 아닌 다른 문자를 사용하는 언어권에서 온 것도 있으나 로마자 외의 문자를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모두 로마자로 표시하였다.
원어는 표제어 바로 옆 괄호 안에 제시되는데, 역삼각형을 누르면 세부 정보를 알 수 있다. 위에서 ‘니르바나’는 산스크리트어이지만 표기는 로마자로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3) 발음과 활용 정보
우리말은 표기한 대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로 표기와 발음이 다른 경우도 상당히 많다. 또한 단어에 조사나 어미가 붙어 활용을 하게 되면 발음은 더 다양해진다. 이러한 발음 정보도 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제어 아래 발음과 활용 정보가 나란히 나타나며, 활용한 형태의 발음 정보도 표시해 주고 있다.
사전의 발음과 활용 정보를 보면, ‘수탉’은 단독으로 쓰일 때에는 [수탁]으로 발음하지만 조사 ‘이’, ‘만’이 붙었을 때에는 [수탈기], [수탕만]으로 발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확성기 표시를 누르면 실제 발음도 들을 수 있다. 용언은 활용 정보가 특히 중요한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미 ‘-어/니’가 붙은 활용형을 대표로 보여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주다’에는 ‘주어/주니’가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위에 보인 ‘머무르다’에는 ‘머무르어*’가 아닌 ‘머물러’가 제시되어 있고, ‘머물다’에는 ‘머물어*/머물니*’가 아닌 ‘머무니’만 제시되어 있다. 이는 ‘머무르다’와 ‘머물다’가 특이하게 활용하는 동사이기 때문이며, 이런 내용을 활용 정보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글 맞춤법 제18항과 표준어 규정 제16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처럼 어문 규범의 주요 내용도 사전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글: 이운영(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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